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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임목사 칼럼

[감동하는 사람이 아름답습니다] 05-05-2024


감동하는 사람이 아름답습니다.

가수 서유석 씨의 <아름다운 사람>이라는 노래를 아십니까?

장난감을 받고서 그것을 바라보며 / 얼싸안고 기어이 부숴버리는

내일이면 벌써 그를 준 사람조차 / 잊어버리는 아이처럼

오~ 아름다운 나의 사람아

원래 이 노래는 헤르만 헤세가 짝사랑하는 여인을 연모하며 쓴 시 ‘아름다운 여인’입니다. 자기 마음을 몰라주는 여인을 철없는 아이에 빗대어 노래합니다. 헤세가 사랑한 그녀는 헤세의 마음을 장난감처럼 망가뜨리기만 합니다. 이해타산적으로 생각하면 그녀를 가까이해서는 안 됩니다. 하지만 헤세는 냉정한 시선으로 계산하지 않고, 오히려 그녀에게 감동적인 시선을 거두지 않습니다.

‘감동’은 어떤 대상에게 반할 때 나오는 심리적 반응입니다. ‘반한다’는 건 마음을 빼앗겨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즉 이성이 마비된 상태를 말합니다. 대부분 부부는 눈에 콩깍지가 씌어져서 이성이 마비된 상태에서 결혼합니다. 하지만 살다가 정신 차리고 보니 감동이 사라지고 냉철한 논리와 합리적인 판단이 부부 사이의 거리를 멀어지게 합니다. 그러면서 관계가 삭막해지고 삶이 피곤해지기 시작합니다.

현대사회는 우리를 정신없이 내몰고 있습니다. 너무 바쁜 삶이 우리에게 감동을 빼앗아 가버렸습니다. 이 사회는 우리에게 감동하지 말라고 명령합니다. 빠르게 달리기만을 강요합니다. 우리에겐 삶의 여백도 없고 상상력도 고갈됐습니다. 물질적으로는 풍성해졌는데, 우리는 더욱 궁핍해져만 갑니다. 이것이 존재의 궁핍입니다. 사람과 세계를 감동 어린 시선으로 바라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삭막한 시선으로 바라본 세계, 건조한 마음으로 예배당의 한 시간을 겨우 채우고 가는 믿음,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본 이웃, 그것은 우리의 존재가 궁핍해졌기 때문입니다.

잃어버린 감동을 찾아야 합니다. 감동은 불안감과 초조감으로 거리를 계산하며 궁핍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을 치유할 수 있는 신앙의 유산입니다. 내 존재의 뿌리가 하나님을 향하고 있을 때 밑바닥으로부터 솟아오르는 에너지가 감동입니다.

작은 일에 감동하십시오. 감동으로 대하는 세계와 사물들 안에서 하나님의 호흡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습관적으로 감동하십시오. 사람을 대할 때도 거리를 계산하지 말고 감동으로 대하십시오. 감동은 경외의 다른 이름입니다. 이 세계에 감동하지 않는 믿음은 하나님을 경외하지 않는 믿음입니다. “여호와 우리 주여. 주의 이름이 온 땅에 어찌 그리 아름다운지요.”라는 감탄과 감동이 존재의 뿌리에서부터 샘솟을 때, 우리는 시냇가에 심어진 나무처럼 존재의 풍성함을 누릴 수 있습니다. 감동이 없는 삶은 죽은 삶입니다. 감동하는 사람이 아름답습니다.

푸른 5월에 감동의 물결 속에서 살아가시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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