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터

담임목사 칼럼

[어쩌다 거룩하게 Accidental Saints] 02-25-2024


어쩌다 거룩하게 Accidental Saints

나디아 볼즈-웨버 목사는 온몸에 가득한 문신 때문에 도무지 목사라는 이름이 어울리지 않는 사람입니다. 그녀는 10대 때 말라깽이 몸매에 눈이 유난히 튀어나와서 인기는커녕 친구도 없었고, 학교에선 늘 점심을 혼자 먹던 외톨이었습니다. 그렇게 생긴 상처를 분노와 냉소, 상소리로 맞서며 버텼습니다. 그때 신앙이 힘과 위로가 되면 좋았으련만, 근본주의 기독교 가정에서 태어나 성장한 그녀가 교회에서 듣는 메시지는 욕, 분노, 술과 섹스, 거짓말과 록 음악을 멀리하면 하나님의 은혜를 받을 자격이 생긴다는 수준이었습니다. 교회를 떠난 나디아는 마약과 알코올 중독에 빠지고, 성적으로도 문란하고 거짓말과 도둑질을 일삼았습니다. 그런 나디아가 교회로 돌아가 루터교 목사가 됩니다.

그녀는 여전히 분노 조절 장애와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는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고백합니다. 하루는 1부 예배가 끝나고 공동의회 동안에 교인 한 사람이 한 기분 나쁜 말에 화가 난 나머지 2부 예배가 시작되었는데도 복도를 서성거렸답니다. 그때 임신한 교인 하나를 발견하고는 그녀에게 기도를 부탁했습니다. “내가 너무 화가 난 나머지 예배를 인도할 수 없습니다. 나를 위해 기도해 주실래요?” 왜 임신부였을까? 태중에 무구(無垢)한 생명을 품고 있는 사람이라야 자기를 사로잡고 있는 악한 본노의 영을 쫓아낼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랬답니다. 나디아 목사는 말합니다. “때로 아름다움만이 추한 것을 쫓아낼 수 있습니다. Sometimes only beauty can release ugliness.” 목사가 분노 조절을 하지 못해서 예배를 시작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고백하고, 그걸 해결하려고 교인에게 기도를 부탁했다는 걸 읽고서, 나는 왜 교인들에게 나를 위해 기도해 달라고 부탁하지 못하는 걸까,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나디아 목사는 인종차별에 분노하는 자신이 흑인 청년을 마주치면 긴장하고 백인을 만나면 그렇지 않다고 털어놓습니다. 인종 차별에 반대하면서 인종 차별의 혜택을 거부하지 못한다고도 고백합니다. 총기 반대론자인 그녀는 자기 어머니가 누군가에게 위협을 당한 일이 있는데, 그때 오빠가 늘 총을 가지고 어머니를 모시고 다녔다는 소식에 안심이 되더라면서 자신의 가치관은 늘 현실과 충돌한다고 고백합니다.

나디아 볼즈-웨버는 교회는 자신과 같은 부족한 인간을 위한 곳이며, “술꾼들과 창녀들과 세리들 사이에서 기원한 기독교가 어떻게 이처럼 밋밋하고 단정해졌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라고 말합니다.

그녀는 “우리를 하나님의 성인이 되게 하는 것은 성인다워지는 우리의 능력이 아니라 죄인을 통해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능력”이라며, 여태껏 자기가 알았던 성인은 그래서 “어쩌다 성인”이 되었다고 말합니다.

요즘 저는 그녀의 <어쩌다 거룩하게 Accidental Saints>라는 책에 푹 빠졌습니다. 이 책은 단순히 회심하고 돌아와 번듯하게 살아가는 ‘돌아온 탕자’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녀의 시선은 삐딱해 보이지만, 번듯하게 보이면서도 생명력을 잃어버린 우리에게 큰 경종을 울려줍니다. 이 책을 추천합니다. 한 번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제게 몇 권 있습니다).

댓글목록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