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터

담임목사 칼럼

[기독교와 福 (ברך/바라크)] 04-07-2024


기독교와 福 (ברך/바라크)

한국 사람은 유난히 ‘복(福)’을 좋아합니다. 우리 선조들은 아이가 세상에 태어날 때 맨 먼저 그를 싸주는 강보, 베갯모, 돌잔치 때 입는 옷, 왕비나 빈의 원삼, 공주의 당의 등을 비롯해 밥그릇과 숟가락 등 식기류, 장롱, 반닫이 등의 가구 등 의식주 전반에 걸쳐 ‘복(福)’ 자 무늬를 수놓아 복을 빌었습니다. 요즘은 사과나 배에도 햇빛을 이용해서 이 글자를 새겨넣습니다.

성경도 ‘복’을 강조합니다. 아마도 한국인이 기독교를 빠른 시간에 받아들인 것도 이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기독교의 교리를 ‘복음(福音)’이라고 부르고, 부흥회를 해도 ‘축복 성회’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흔히 ‘복’이라는 한자 ‘福’을 ‘一(한, 하나)의 口(입, 사람)에 田(밭, 땅)이 있다’는 뜻으로 풀이 합니다. 식구 한 명당 밭이 하나씩 있으니 복 받았다는 겁니다. 요즘 같으면 식구 한 명당 집이 한 채씩 있다고 풀이하면 될까요? 그러나 틀린 글자 풀이입니다.

한자 구성 원리인 육서에 따르면 이 ‘복(福)’ 글자의 왼쪽 부수 ‘示’는 제사를 지내는 제단이나 神을 나타냅니다. 그러니까 ‘복(福)’이라는 한자는 하늘이 사람에게 내려서 나타난다는 상형문자(示)와 배가 불러 오른 단지(畐), 술이 가득 차 있는 술 단지의 상형문자가 합쳐져 만들어진 글자입니다. 따라서 ‘복(福)’이라는 글자는 제단 앞에서 무릎을 꿇고 두 손(手)으로 술잔(잘 빚은 美酒)을 신에게 바치는 모습으로, 감사 기도를 올리며 예배하는 형상입니다. 엎드려(부복/俯伏하여) 복을 애걸(哀乞)하는 모습이 아니라, 이미 신이 주신 복이 집안에 가득하고 그것을 누리고 있기에 기쁘고 행복한 상태에서 감사하며 예배하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상태에서 찬양과 노래가 나오고, 감사가 저절로 고백되는 것입니다.

구약성경의 히브리어에서 복을 나타내는 단어 ‘바라크(ברך)는’ 야훼 앞에 "무릎을 꿇는" 것이 그 원래 뜻입니다. 시편 95:6절의 "오라. 우리가 굽혀 경배하며 우리를 지으신 여호와 앞에 무릎을 꿇자."에서 바라크가 사용되고 있습니다.

무릎을 꿇고 하나님을 예배하는 자세는 아브라함이 이삭에게 축복할 때, 이삭이 야곱을 축복할 때, 야곱이 요셉의 두 아들을 축복할 때 복을 받는 자의 자세를 나타내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복을 비는 자세이기도 하지만, 방점은 복을 받는, 또는 복을 받은 자의 자세에 있습니다.

우리는 이미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보혈과 그분의 부활로 새 생명을 얻은 복된 사람들입니다. 그 구원과 영생과 천국의 복을 감사하며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 부활절이 어느 한 날의 이벤트가 아니라 평생 우리가 감사하며 살아가야 할 복의 근원임을 기억합시다.

댓글목록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