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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임목사 칼럼

[마침표 - 박준수목사] 05-04-2025


마침표

한 문장이 끝날 때 우리는 마침표를 찍습니다. 마침표는 그 문장이 더는 이어지지 않는다는 표시입니다. 하지만 마침표가 끝을 의미하는 동시에, 새로운 문장을 시작하게 만드는 출발점이기도 합니다. 하나의 이야기가 기쁨과 아픔, 갈등과 감동을 지나 마침표로 마무리되면, 우리는 다음 이야기를 써 내려가기 시작합니다. 

지난주로 담임목사님께서 안식년 휴무에 들어가시며 마지막 예배를 드리셨습니다. 각자의 마음속에 여러 감정과 생각들이 있으리라 압니다. 저 역시 그렇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 이야기의 마침표를 찍었으면 좋겠습니다. 좋고 나쁨을 더 말하지 않고, 그것은 그것대로 받아들이는 은혜가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이제는 다음 문장을 함께 써 내려가야 할 때입니다. 

저는 부목사로서 지금껏 누군가의 그늘 아래서 사역하는 것이 익숙하고 편안한 사람이었습니다. 기질적으로 조용하고(?) 내성적인 저는 많은 사람들 앞에 서는 것이 아직도 늘 부담스럽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부르심에 순종하며 제 성향을 넘어서기 위해 애써 왔고, 그래서 지금까지 사역의 자리를 지켜올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주는 느낌이 사뭇 달랐습니다. 새벽기도를 마친 후, 평소처럼 교회 안을 산책하고, 여기저기 놓인 유리컵들을 수거해 카페 싱크대에 옮겼습니다. 늘 하던 일이었지만, 이번에는 유독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단순한 정리의 행위 안에 무언가 다른 책임감과 무게가 실려 있었습니다.

임시 당회장으로서 첫 임무는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어제는 임시 당회가 있었고, 돌아오는 토요일에는 정기 당회, 다음 주일에는 공동의회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이에 지난 월요일, 한 장로님께서 이러한 일정에 관련하여 전화를 주셔서 “목사님이 임시 당회장이시니까 결정해 주세요”라고 하셨을 때, 그 순간부터 제 마음 안에도 작은 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그 한 통의 전화 이후, 컵 하나를 치우는 일조차도 ‘교회를 책임진다는 것’의 무게로 다가왔습니다. 

물론 저는 여전히 부목사입니다. 그리고 그 역할 안에서 성실히 사역하고자 합니다. 하지만 임시 당회장으로서 감당해야 할 자리에는 분명 두려움과 부담이 있습니다. 실수도 많을 것입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한 주 동안 고민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이 일을 함께 나눌 수 있을까?’ 완벽한 해답은 찾지 못했지만, 기도하며 떠오른 결론은 이렇습니다.

여러분이 계신 자리에서, 지금까지 해 오신 것처럼 예배해 주시고, 모여 주시고, 신앙의 걸음을 이어가 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당회나 공동의회 등 중요한 자리에서 제가 실수하더라도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주보에 오타가 있어도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미리 양해를 구했으니, 실수가 있을지라도 이해해 주시리라 믿고, 저도 지금까지 해 왔던 것처럼, 아니, 더 힘껏 섬기겠습니다. 부족한 저를 위해 기도해 주시고, 이 교회의 새로운 문장이 은혜롭게 시작될 수 있도록 함께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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