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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 칼럼을 쓰는 보람] 04-20-2025


목회 칼럼을 쓰는 보람

사역을 마치려고 하니 시원섭섭한 것 가운데 하나가 매주 목회 칼럼을 쓰는 일입니다. 교회 부임 첫 주부터 쓰기 시작했으니까 16년이 다 되어 갑니다. 주일 설교는 휴가나 외부 강사가 있을 때는 쉰 적이 있지만, 칼럼은 거의 쉬지 않았으니까 주일 설교보다 더 많이 쓴 셈입니다.

첫 칼럼은 칼럼을 쓰는 이유에 관해서 썼습니다. “신앙생활이 즐거우려면 목회자와의 관계가 좋아야 하고, 그러려면 목회자의 생각을 잘 알아야 하는데, 목회자는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이면서도 의외로 자신의 생각과 의도를 전달하는 일에 서툴다. 또 목회자의 삶이 투명해야 신뢰 관계가 생기기 때문에 설교나 광고에서 다루지 못하는 바를 칼럼을 통해서 전달함으로써 소통을 활발하게 해서 신뢰 관계를 만들겠다”는 것이 칼럼을 쓰는 이유였습니다. 그래서 두 번째 칼럼은 교인들이 궁금해할 제 신상에 관해 썼습니다. 흔히 목회자는 개인 신상을 잘 밝히지 않습니다만(연예인의 신비주의 전략도 아니면서), 저는 나이, 가족 관계, 병역(兵役-방위 근무)에 병력(病歷-통풍)까지 밝혔습니다.

칼럼을 쓸 때는 가급적 무겁지 않게 하려고 했습니다. 설교나 훈계가 되지 않게 하려고 애썼고, 설교와 광고 시간에 다루기 애매하지만, 목회에 꼭 필요한 일, 교회 안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일들과 제 개인적인 생각, 그리고 세상 돌아가는 일에서 느끼는 바를 광범위하게 다뤘습니다. 가능한 한 재미있게 쓰려고 노력했는데, 제 실수나 허물도 드러냈습니다. 교인들은 그런 걸 굉장히 좋아하더군요.

제 목회 칼럼에 대한 교인들이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었습니다. 가끔은 칼럼 내용을 시비하는 분도 있었지만, 소통에 도움이 된다고 여기는 분이 훨씬 많았습니다. 주일 아침에 일찍 오신 분들이 칼럼을 열심히 읽는 모습도 보았고, 토요일 저녁에 미리 웹사이트에서 주보를 찾아 칼럼을 읽는다는 분도 있었습니다. 우리 교회에 다니다가 타주나 한국으로 가신 분들 가운데 지금도 우리 교회 웹사이트에서 칼럼을 찾아 읽는 분들이 계십니다. 애틀랜타 지역 언론에서도 제 칼럼을 종종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제 칼럼을 모아 책을 내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한 분들이 계셨지만, 너도나도 팔리지도, 읽히지도 않을 책을 내는 건 민폐라는 제 소신 때문에 하지 않았습니다.

매주 칼럼을 쓰는 일은 설교 이상으로 큰 부담이었습니다. 제한된 짧은 지면에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담아내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지나놓고 보니 칼럼을 통해 제 생각을 교인들에게 많이 전달했다고 생각합니다. 또 제 칼럼을 잘 읽어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이제 칼럼 쓸 일이 없어져서 시원하기도 하고, 섭섭하기도 합니다. 그냥 독자 없는 칼럼을 생각날 때마다 써 볼까 생각도 해봅니다. 아무튼 그동안 제 칼럼을 열심히 읽어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다음 주에 마지막 칼럼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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